
영어로 글을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한국어로 글을 쓸 때 번역체가 난무한다.
문장들이 어색하다. 전하려는 의미가 명확히 표현되지 않아 갑갑함을 느낀다.
이중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Bilingual)에 대한 연구를 보면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중언어화자들은 제2외국어 실력이 유창해질수록 모국어는 도리어 퇴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Attrition of first language).
더 자주 노출되는 언어와 관련된 실력들은 향상되고 그렇지 않은 언어와 관련된 실력들은 퇴보하는 것이다.
이는 언어활동과 관련된 뇌가소성 (Brain plasticity)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국어 실력이 퇴보하는 걸 느끼면서 시간을 내어 한국어 글쓰기에 도전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길고 딱딱한 논문 형식의 글들에만 익숙해져 있었던터라 변화가 쉽지 않다.
그래도 명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쓰려 노력하는 중이다.
퇴고 과정에서 문장을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공부하다 알게 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난독을 부르는 접속사
문장을 다듬을 때 가장 먼저 손을 데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접속사다.
그 중 문어체에서 우리도 모르게 자주 사용하는 접속사가 '및' 이다.
소리내어 읽을 때 '및'에 엑센트가 주어지기 때문에 잘 읽혀지지 않고 의미 전달도 명확하지 않다.
수정 전) 타부서 및 타기관의 요청에 대하여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 및 방안을 제시한다.
'~와(과)' 나 '~하고'를 사용하여 문장을 다듬을 수 있다.
수정 후) 타부서와 타기관의 요청에 대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하고 방안을 제시한다.
2. 서술어 '~하도록 한다'
서술어 '~하도록 한다' 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다.
사역 동사 (make)를 사용하는 영어 문장에서는 괜찮지만 국어에서는 거북한 표현이다.
수정 전) 마케팅 계획 및 전략 수립시 000부서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한다.
누구를 그렇게 하게 만들겠다고? 란 거부감이 들수 있다.
그냥 '무엇을 하다'로 얘기하면 된다.
수정 전) 마케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할 때 000부서의 입장을 반영한다.
3. '~대하여' 혹은 '관하여' 남발
'~대하여'라는 문구는 뭔가 대단한 것을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한 효과 때문에 공식적인 문서에서 많이 발견된다.
하지만 이 문구는 쓸데없이 문장 길이를 늘여 가독성을 떨어뜨린다.
지나치게 남발하면 문장들이 어색해 진다.
수정 전) 00 분석 결과에 대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신규제품 지식에 관하여 숙지할 수 있다.
수정 후) 00 분석 결과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고 신규제품 지식을 숙지한다.
4. 서술어 '~할 수 있다'
서술어 '~할 수 있다' 는 can 이나 may의 뜻으로 영어 번역체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국어 문장에서 어색하다. 대부분의 경우 '~한다'라고 표현해도 충분하다.
수정 전)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연구 및 프로젝트 수행을 할 수 있다.
수정 후)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연구와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5. 서술어 '~하고 있다'
동작이 계속되는 상황을 표현하는 '~하고 있다'라는 서술어도 불필요한 장식일 때가 많다.
'이해하고 있다' '알고 있다' '보유하고 있다' 등은 단순히 '이해한다' '안다' '보유한다' 라고 표현해도 뜻을 전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고 있다'라는 서술어는 문장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남발될 수 있다.
진정한 문장력은 짧게 쓰는 용기에서 나오는 것임을 잊지 말자.
수정 전) 00산업 및 00시스템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
수정 후) 00산업과 00시스템을 이해한다.
6. 서술어 '~시킨다'
서술어 '~시킨다'는 대개 자신의 의지를 강조하려고 할 때 쓰인다.
하지만 '시킨다'는 다른 이가 어떤 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므로 자신에게 사용하기에는 어색한 말투다.
그저 '~한다'라고 해도 충분하다.
수정 전) 00을 제안하여 00시스템을 변경시킨다.
수정 후) 00산을 제안하여 00시스템을 변경한다.
7. 명사형의 나열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또 다른 주범은 명사형 단어들을 지나치게 나열하는 것이다.
명사형을 지양하고 서술어를 적절히 사용하면 문장이 한결 정갈해진다.
수정 전) 프로젝트 진행 과정 판단 미숙으로 문제 발생 확률 예측 실패 야기 가능성을 점검한다.
수정 후) 프로젝트 진행을 잘못 판단하여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예측하지 못하는지 점검한다.
8. 명사 '~성'
'방향성', '효율성', '효과성', '중요성', '연관성'처럼 '~성'으로 끝나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성'이라는 명사는 대개 젠체하려는 수단이다.
방향성이 대표적인데 그냥 방향이라고 하면 충분하다.
수정 전) 회사 방향성과 관련하여 전문성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수정 후) 회사의 방향에 전문가로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9. 기타
'~것', '~통해', '~등'이라는 문구도 자주 남발되는데 이러한 표현들도 최대한 생략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깔끔하고 맛있는 문장들을 만들 수 있다.
특히 '~것'이 자주 사용되는데, 될 수 있으면 이 표현을 쓰지 않고 문장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매번 고심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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