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처럼 영어 교육에 열광하면서 효과가 미미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영어 교사로 지낼때도 엉터리 영어 교육이 판을 치는 시스템에 화가 났었지만 한국을 떠나 있어 미처 보지 못했던 5년의 세월 동안에도 한국의 방향성 없는 광적인 영어 교육 행태는 변함이 없었던 듯 하다. 도리어 미디어의 발달로 너도 나도 영어전문가라 외치며 학습자들을 우롱하는 사태를 보면서 깊은 분개를 느낀다. 한국에서 시험제도가 변하지 않는 이상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 본질에 기반한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긴 불가능할 것이다. 잘못된 영어 교육에 분개할 때마다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된 책 한 권은 꼭 써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연구가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게만 된다. 최근 유튜브에 달리는 여러 댓글을 통해 카리스마 있는 여러 선생님들이 너무나 많은 학습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집필은 나중에 하더라도 이 블로그를 통해 단 몇 분이라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시간이 남아 주체할 수 없거나 모든 시간을 영어를 배우는데만 할애할 수 있다면 그 많은 선생님들이 하라는 방법대로 따라 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분명히 얻는 것들이 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그러니 올바른 방향을 선택하여 영어를 배우는데 소요되는 에너지와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길 바란다. 이제껏 좀 더 나은 방향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 함께 나누지 못한 부채 의식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이번 글에서는 언어의 기본적 요소에 초점을 두고 영어를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지 간략히 이야기해 보겠다.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 가장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제발 영어도 언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언어란 그야말로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생각과 감정을 담는 그릇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야 하고 내 생각이 있어야 언어라는 수단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
늘 남이 만들어 준 몇백개의 문장을 외워봐야 그 문장이 활용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린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지 않은가?
어른이 되어 회화 공부를 한다면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 그 문장 표현을 외우고 입에 붙여보길 권한다.
혼자서 상황을 상상하며 그 문장 표현들을 연습해 보자.
우리 뇌는 상상하는 것만으로 관련 부위가 활성화된다.
상황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며(상상하며) 그 상황(context)안에서의 표현들을 연습하다 보면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그 문장 표현들을 더 쉽게 기억해내고 활용할 수 있다. 현실에서 맞딱뜨린 상황이 contextual cue (상황적 단서)를 제공하여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된 내용들을 더 쉽게 불러올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외국에 유학을 가거나 살다 온 사람들이 영어를 편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어떤 점이 교실 안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학습자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일까?
물론 절대적으로 영어에 노출되는 양도 차이가 있겠지만 현지에 가서 영어를 사용하게 되면 여러 상황들을 맞딱뜨리게 되고 그 상황과 관련된 표현들에 노출된다.
여러 상황에서 그와 관련된 표현들을 듣고 사용하면서 상황적 표현들이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이다.
그 상황과 관련된 모든 시각 정보, 청각 정보, 촉각 정보 등이 메모리에 언어 표현들과 함께 저장된다.
그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겪게 되면 그 때 저장되었던 기억들이 쉽게 소환된다.
글로벌해진 언어 환경을 통해 충분히 한국에서 학습하면서도 이러한 immersion (몰입)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단순히 동떨어진 한 문장 한 문장을 암기하지 말고 (개별 문장이나 패턴 학습에 그치지 말고)
상황을 먼저 만들고 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나 스토리를 만든 후 그 표현들을 외우며 익힐 수 있길 권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외국 친구를 만나는 상황을 설정했다 하자.
서로 어디 출신인지, 왜 한국으로 왔는지, 그 친구가 좋아하는 000은 (한국 음식, 한국의 도시, K-pop star...) 무엇인지, 왜 좋아하는지 등등을 묻고 대답하는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럼 그와 관련된 질문을 만들어 보고, 친구도 나에게 '그럼 넌?'이라고 물어볼테니 그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준비해 보는 것이다.
상상 속에서 친구 역할, 나의 역할을 번갈아 하며 질문하고 대답해 본다.
언어연구자들은 요즘 VR (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을 이용한 언어학습을 연구 중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VR을 이미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의 뇌!
그러니 그 뇌를 활용하여 상상으로 필요한 가상 현실 상황을 만들어 보자 (contextualizing).
이러한 상상 속 역할 놀이가 영어 학습의 효과를 가장 빨리 보게 할 것이다.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 지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언어들은 크게 Sound - Word - Grammar 를 갖추고 있다.
그러니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다고 얘기하거나 하나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분이 계신다면 그분이 가르치는 것들에 대해 냉정하게 들여다 보길 권한다.
앞으로 언어의 세 가지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효과적 영어 학습법에 대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영어 공부법에 대한 갈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많은 만큼 이 정보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이제껏 언어학 및 제2외국어 학습, 언어심리학과 뇌언어학 분야의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영어 습득과 관련하여 중요한 이야기들을 이 공간에서 풀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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