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나는 '나 자신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명목 하에 돈을 모으고 불리는 것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중에 돈이 좀 생기면 전문가에게 컨설팅받고 포트폴리오 짜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였다.
내 전 재산을 나만큼 신경 써 줄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그런 사람이 있다 한들, 금융에 문맹인 내가 누가 적임자인지 어떻게 분별할 수 있겠는가?
재정전문가를 둔다고 해도 내 재산이 플러스가 되면 그들에게 수수료를 제공해야 하지만 마이너스가 되었을 때는 어떠한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모든 관리와 투자의 책임은 내가 져야 하는 것이다.
내 삶의 모든 문제에 있어 온전히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다.
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왜 유독 '돈'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외 사항으로 삼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역사는 사회주의보다 자본주의의 손을 들어주었고, 태어나보니 감사하게도 난 자본주의 국가의 시민이었다.
그런데 이제껏 '그 자본주의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해서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자본주의와 경제에 대한 지식은 그야말로 교과서에 나오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이해 수준이었다.
이는 마치 어떤 게임을 시작했는데 룰도 모르고 그 게임에 임하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룰을 모르니 미련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게임에 임하지만 계속 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부자들은 특별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니 평범한 자기네들과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라고 치부하며 그들이 이룬 열매를 부러워할 뿐이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할 때 이긴 사람을 보며 우리는 그들이 어떻게 해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평범한 지능을 가지고 이기고 싶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 게임에서만 유독 이러한 평범함이 거부되는 듯 하다.
무서운 것은 이 룰에 대한 지식이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되는 것이다.
부도 가난도 되물림되고 있다.
더 가슴 아픈 건 경제적 여유로 인해 삶을 보는 시야나 태도도 달라지고 그것 또한 대물림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자본주의 게임에서의 룰을 알게 되면 자식은 자라는 과정에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그 룰을 모르는 부모의 자식은 그 부모가 그러했던 것처럼 또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게임에 임할 뿐, 룰의 존재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
평범한 우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가정의 자녀들을 볼 때면 좋은 부모 만난 그들의 삶을 부러워만 한다.
연예인 2세, 재벌 2세, 3세와 관련된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라.
내가 비록 그런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 못했다 하더라도 내가 속한 세대부터 바꿔가면 된다.
내 자신이 직접 그 룰을 알아보고 나의 후손들에게는 전해 주면 되니까 말이다.
그런데 우리 대부분은 그런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
나의 삶이 그러했다.
이제라도 금융 문맹을 타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실물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갖고 싶어졌다.
너무 어려운 용어들로만 가득 차 있으면 공부에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방송을 통해 조금은 친숙해진 유수진 씨의 신간 '부자 언니 부자 연습'을 읽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한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실제 겪어보고 이야기하는 그들의 말에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예전에 방송에서 보이던 그녀의 시원시원함이 책에도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책을 읽고 있는데 그녀의 음성이 지원되는 듯 했다.
그녀는 어렵다고 느껴지는 경제 문제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들에 비유하며 쉽게 설명하는 재주가 있다.
참 좋은 선생님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경제와 관련된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는 것 같다.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이 세상이 경제적 현상과 연관 지어 이해하니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경제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도와 준 그녀의 책이지만 그녀가 한 말 중 내 마음을 가장 사로잡은 한 마디는
"돈을 키우려면 나부터 먼저 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모든 부자가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은 인격을 수양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절제하지 않으면, 인내하지 않으면, 마음을 다스리지 않으면, 자존감을 키우지 않으면, 단단한 자아를 만들지 않으면 돈은 내게 머무르지 않는다. “주인님은 나를 가질 자격이 없어” 하고 떠나버린다.
나는 성장하지 않고 돈만 자라기를 바라는 한,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다."
맞는 말이다. 돈은 가치중립적이지만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쓰임이 다른 것을 보면 소유자의 인격 수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탐욕에 눈이 멀어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적절한 곳으로 흘려 보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이 책을 읽고 나니 하루라도 빨리 이 경제 문맹에서 탈출하여 가족들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은 나보다 하루라도 어린 나이에 이 이치를 깨닫고 여유 있는 삶을 준비할 수 있길 바라기에...
그리고 그들이 가진 재정을 좋은 곳으로 흘려 보내는 삶을 살 수 있길 바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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