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
마시면 죽을 수도 있는 양잿물을 공짜라고 마시다니!?
어불성설인 이 표현은 그야말로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공짜를 좋아하는지 강력하게 보여준다.
자칭 엄청난 짠돌이라고 이야기하시는 김민석 피디님은 이 책에서 우리가 공짜로 누릴 수 있는 세상에 대해 보여 주신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독서'와 '글쓰기'이다.
영어를 독학하신 방법에 대해 강연하시는 동영상을 보고 처음 이 분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 강연을 보면서 '어쩜 나랑 이리도 똑같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나도 혼자서 영어를 공부했고 그 덕분에 영어 교사로서의 삶을 살다가 어느덧 미국에서 언어학 박사과정까지 마치게 되었다.
다양한 교육 매체가 발달되어 있지 않던 그 시대에 우리가 활용할 수 있었던 방법들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그분이 공부한 방법과 나의 방법이 꽤나 닮아 있었다.
그 분이 하신 방법에다 덧붙이자면 나는 여러 상황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혼자서 역할놀이를 했었다.
예를 들면, 길을 지나가면서도 머리 속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는 상황을 설정하고
나 자신이 인터뷰어가 되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인터뷰이가 되어 답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지나가던 사람이 눈여겨봤으면 혼자서 영어로 뭐라 뭐라 하는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지어서 연습하다 보니 자주 쓰이는 표현들은 입에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고
그렇게 입에 붙은 문장들은 외국인을 만나 이야기할 때도 자연스레 나오게 되었다.
언어의 하나일 뿐인 영어를 배우는데 무슨 굉장한 비법이 있는 것마냥 소개하는 그 많은 유튜브 동영상들을 보고 있노라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방법대로 따라하느라 시간을 낭비할까? 그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었는데
"전 이렇게 했더니 영어가 되더라구요"하며 담백하게 자신이 공부한 방법들을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 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영어 책 한권 외워봤니?라는 책을 만났을 때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이 분의 글을 읽을 때면 특유의 유쾌함과 함께 인생 선배와 마주한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여러 꼰대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화법으로 독자들을 설득하고 격려한다.
"이렇게 해 보세요. 공짜잖아요. 그런데 해 보면 달라져요.
저 같은 사람도 하는 걸요.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구요? 못해서 글 쓰는 게 두렵다고요?
매일 해 보세요. 뭐든 자주 하면 나아져요. 못하니까 더 자주 해 봐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아주 설득력이 강하다.
우리 모두는 평범하다 느낀다.
그래서 내 삶에는 특별한 구석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렇다.
그런데 그건 우리 모두 각자의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이야기하는 그 평범한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저마다 비슷한 듯 다른 인생들을 써 내려가고 있다.
다 다르게 창조되었는데 어떻게 그 인생이, 그 경험치가 백 퍼센트 일치할 수 있겠는가?
내 삶에 익숙해져 있기에 스스로에겐 평범해 보이나 나와 같은 삶을 살지 않는 또 다른 누군가의 눈엔 내 인생이 별스러울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 한국인들의 모습 속엔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인데 외국인들이 신기하게 바라보는 것들이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 인생의 지문이 다를진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특이하다고 여기는 건 너무나 명백한 오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제껏 내 인생을 너무 홀대했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좀 의미있게 봐 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피디님 말처럼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많은 시련들을 겪는데 나라도 내 자신의 광팬이 되어 지지해줘야 하지 않나 말이다.
나보다 앞서 멋진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고 계신 인생 선배의 진솔한 경험담을 들으며 책을 읽는 내내 옆구리를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 더 미루지 말고 나도 써 보자. 내 인생의 자취들을 남겨보자.
나중에 더 나이 들어 어린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고 어떤 활동들을 하며 살았는지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리라' 생각하며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되었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유투버들과 작가들을 보며 그들이 가진 다양한 재능들과 지식들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모두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라 얘기하는데 나에겐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다들 너무나 훌륭한 선생님들이셨다.
특히나 머리에서만 머무르는 지식을 설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 녹여내거나 체득한 것들을 공유하는 모습에선 존경심마저 들었다.
그 분들이 공유해 주시는 지식들을 소비하면서 생산자로서는 부족한 삶을 살고 있어 안타깝다고 느끼고 있던 찰나 이 책을 통해 김민석 피디님께 제대로 nudging을 당했다.
다른 분들도 이 책으로 인해 나와 비슷한 nudging을 당할 수 있길 바란다.
갑자기 저 책 표지에서의 피디님 웃음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마치 "한 명은 설득에 성공했구만!" 하시는 것 같은...
'북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자 언니 부자 연습 (유수진) (0) | 2019.12.30 |
---|---|
포노 사피엔스 (최재봉) (0) | 2019.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