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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의 일상

Tea Time

by 어제보다나은나 2019. 12. 17.

오후 2-5시

홍콩에서는 이 시간대가 티타임이예요.

영국의 식민지 영향으로 홍콩에서도 티타임 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것 같은데 그 안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영국의 tea 문화는 사교를 중심으로 발달하는데 비해 홍콩에서는 또 다른 점심시간 같이 느껴집니다. 

영국 여행 중 티타임 시간대에 거리의 모습이 바뀌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홍콩에서는 너무 바빠 점심시간에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요. 

점심시간엔 식당이 붐비다 보니 모르는 사람과 동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다보니 저절로 조금 한산한 시간대엔 티타임에 점심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두 그 중 하나구요.

당연히 홍콩의 티타임엔 여럿이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보다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식사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여요. 

 

문화의 출발점이 같다 하더라도 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 혹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문화의 특성인 것 같아요 (문화의 지역화). 어찌 보면 홍콩의 티타임은 홍콩에서의 삶이 가장 잘 반영되어 있는 것이죠. 

부동산 가격이 너무 비싼 홍콩은 공간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고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정규 수업이 밤 9시 30분까지 진행되구요. 

제가 다니는 교회는 일요일 예배가 3회 반복됩니다 (중국어 번역 예배, 광둥어 번역 예배, 영어 예배: 이는 홍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네요.)

이런 관점에서 식당 주인들은 점심식사 후 식당 공간을 놀리는 것보다 티타임 메뉴를 만들어 파는 것이 이득이겠죠.

따라서 티셋트 메뉴가 거의 meal + tea 인 경우가 많고 가격도 합리적입니다.  

점심 시간을 놓친 혹은 피하고 싶은 손님 입장과 공간 효율을 최대화하고 싶은 식당주 입장,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형태로 발전되어 온 것이 현재 홍콩의 티타임 문화가 아닌가 싶네요. 

 

참, 홍콩 식당 문화 중 놀라웠던 것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위에 사진에서 보이듯 투명볼을 가져다 주는 것인데요. 

저는 처음에 저게 도대체 무슨 용도인가 했는데 홍콩 친구들과 함께 식사하면서 그 용도에 대해 알게 되었답니다. 

사스 발병 후에 위생 개념이 발달하게 되면서 생겨난 식당 문화라고 하는데요.

식사 시간에 늘 차를 마시는 문화이다보니 저렇게 tea pot을 가져다 주는데 그럼 그 안에 뜨거운 물이 제공되잖아요.

그 뜨거운 물로 본인이 사용할 컵이며 수저, 밥공기를 볼에 담아 소독하라고 가져다 주는 거래요. 

가격이 저렴한 식당에서는 제공되지 않구요. 서비스가 좋은 식당일수록 tea pot 수가 늘어나는 것 같아요. 

저 사진에서는 한 개의 tea pot만 제공된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런 경우 이미 차가 담겨진 물을 이용하여 소독하더라구요.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곳에서는 두 개의 tea pot이 제공됩니다. 하나는 소독용, 하나는 차가 담긴 것 이런 식으로요. 

 

혹시 홍콩을 여행하게 되신다면 티타임에 식사해 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메뉴를 한정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식당에 따라 제공하는 모든 메뉴를 반값에 즐기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투명볼을 가져다 주는 것을 보시게 되면 '아, 이게 그 소독용 볼이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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